2024년 글쓰기

응급 진료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4. 5. 18. 08:59

월요일 아침 7시경에 걸려온 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

출근 준비를 하다가 받지 못하였나 보다.

아내는 새벽에 운동하러 가고 없었다.

딸에게 전화를 건다.

며칠 전부터 배가 아팠는데, 밤새 통증이 심하여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몇달전에 검진에서 위내시경을 했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난다.

병이 악화가 되었나 싶어 이전 검진했던 내과 진료를 받으라고 말해주었다. 

 

오전에 진료를 받았는데 복부 초음파상 급성충수돌기염이 의심되고

복부 CT를 촬영했는데 판독을 보고 전원 의뢰서 발급을 해준다고 한다.

잠시 후 사위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통증이 심하다고 그래서 곧바로 상급병원 응급실로 가라고 말해주었다.

 

상급병원 진료는 신속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필요한 절차이지만 응급환자나 보호자에게는 길게 느껴지고 짜증스러울 때도 있다.

환자부터 먼저 진료해주면 않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병원의 업무절차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대 서울병원에서도 동일한 병명으로 진단을 받았으나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아뿔싸! 최근에 의료대란이 우리 집안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줄이야...

수술이 가능한 2차 병원을 알아봐준다고 한다.

일산백병원에 있는 선배 교수에게 전화를 했다.

다행히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여 급히 구급차를 타고 일산백병원 응급센터로 향했다.

오후 근무 시간안에 수술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수술은 복강경으로 잘 마쳤다. 충수돌기의 염증이 심하여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고 한다.

복막염까지 진행되지 않아서 감사하다.  

 

현 의료 상황때문에 일반 환자들이 얼마나 불편할까? 그리고 중증 환자들은 얼마나 두려울까?

하루빨리 현 의료문제가 잘 해결되고 안정화되어 정상적인 진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부가 철저히 준비하고 대화를 통해서 안을 도출하고 진행하였더라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도자의 고집과 불통과 무지가 빚어온 사태이다.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하여 덜 익은 안을 가지고 터트린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물론 의사들의  의견이 100%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 문제가 단순히 쉽게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여러가지 문제가 얼키고 설킨 상황에서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다 해결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수십년간 굳어진 문제들을 하루 아침에 무우 자르듯이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렇다면 점진적인 해결이 필요한데도, 더 많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데도 그러지않고

자기가 모든 것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고집을 피울 문제가 아니다.

 

신혜는 어제 퇴원하였다.

아직은 몸이 불편하고 통증도 남아 있을텐데 다음주부터는 출근을 해야 하고 가사와 육아를 챙겨야 한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내일까지는 엄마가 도와주고는 있지만 ...

 

15일 공휴일에는오랜만에 청의회 모임에 나가 골프 라운딩을 하였다.

홀마다 잘되는 샷도 있고 그렇지 못한 샷도 많다.

자주 라운딩을 하지 않다보니 숏게임도 실수 투성이다. 

그래도 청명한 날씨에 오랜만에 선후배들과 즐겁게 라운딩을 했다.

피곤하여 수요기도회도 나가지 못하고, 어제 선배와 하는 성경공부도 양해를 구하고 쉬었다.

무리를 하였는지 허리의 통증과 손가락의 습진은 아직도 남아 불편하게 한다.

토요일 근무가 있고 오후에는 울산시의사회가 주최하는 연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아내가 없는 빈 집에서 책과 T.V시청만 하다가 잠이 들었다.

정말 혼자 사는 것은 외롭고 쓸쓸하고 좋지 않다. 

한 주가 길게만 느껴진다.

인터넷 교육을 받아야 한다. 

흉부외과 학회도 가야하고 인증원 조사도 나가야 한다. 

2024년도 다사다난함이 계속된다.

 

주말 외래 진료실에 앉아서 한 주를 뒤돌아보았다.

무엇이 진정 기쁨과 감사일까?

본질을 잊어버리고 현실때문에 감정은 영향을 받고 휘둘리기 십상이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눈을 감는다. 

묵상의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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