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무거운 것을 얹어 놓은 듯 답답하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고 뭐라도 두둘겨 깨부수고 싶다.
아내는 며칠 후 6년간의 전원 생활을 접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처형 집에 가고 없다.
새벽 기도를 하고 돌아와 간단하게 식은 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배낭을 챙겼다.
점심 끼니를 해결할 물과 과일과 김밥을 준비하고 차를 몰았다.
울산에는 영남 알프스[천혜의 비경, Yeongnam Alps]라 부르는 산들이 있다.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m 이상의 9개의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한다.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을 중심으로
해발 1천m 이상의 9개의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만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울산은 울주군 상북면ㆍ삼남읍에, 밀양은 산내면ㆍ단장면에, 양산은 하북면ㆍ원동면에,
청도는 운문면에, 경주는 산내면에 걸쳐 있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08m), 고헌산(1,034m)의 7개산을 지칭하나, 운문산(1,188m), 문복산(1,015m)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 중에서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천황산포함),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지형적으로 보면 문복산-고헌산-운문산, 가지산-천황산-재약산, 간헐산-신불산-영축산으로 나눌 수 있다.
영남알프스는 전체면적이 약 255㎢이며, 가을이면 곳곳의 황금억새평원에 나부끼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라
전국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불산과 취서산(영축산) 사이의 평원에 1,983,471㎡ (약 60여만 평),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간월재에 330,578㎡ (약 10만여 평),
고헌산 정상 부근에도 661,157㎡ (약 20여만 평)의 억새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특히 재약산과 천황산 동쪽의 사자평은 4,132,231㎡ (약 1백25만여 평)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남알프스에는 1979년 자연공원법에 의하여 가지산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양산시 하북면 일대의 통도사 지구(28.31㎢)와 내원사 지구(44.69㎢) 및 울주군 상북면 일원의 석남사지구(30.07㎢)등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으며, 경관이 수려하고 유서 깊은 이 3개 지구를 하나의 권역으로 하여
국민 휴양 및 정서 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되었다.
영남알프스에는 통도사,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의 문화 유적지 또한 즐비하고, 절경과 전설들이 도사리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기암절벽들은 옛날에 화산활동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에는 현재 7백 60여 종의 식물과 우리나라 전체 조류 4백 50여 종 가운데 1백여 종의 새가
살고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ㆍ식물원이라 불리고 있다.
모든 산들을 올라보았다.
오늘은 혼자 산행이고 거리는 길지만 난이도가 낮은 천황산을 택하였다.
배내재에 차를 주차하는데 예상 밖으로 차들이 몇 대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얼마전만 해도 주차하기 힘들 정도로 등산객들이 많았었는데 겨울도 아니고 예상밖이다.
안내판에는 거리는 편도 7km, 소요시간은 3:30 분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일정한 템포로 산을 오른다.
좌우에 싱그런 초록빛 나무와 풀들 속으로 들어간다.
초록빛 세상에 풍덩 빠져든 느낌이다.
새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나의 발자국 소리만이 들려온다.
침묵수행하듯, 묵언산행을 한다.
머리에는 아직도 많은 상념들이 휘젖고 있지만 입 밖으로는 한마디로 내뱉지 않았다.
시간을 보았다. 출발시간이 8:40 AM이다.
쉬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걸었다.
몇 사람을 추월했지만 등산하는 분들이 없다. 의외라는 생각을 한다.
샘물 상회가 있는 곳에 도착했는데 철거되고 나무 자재들만 일부 쌓여 있다.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이 걸렸다.
이제 정상까지는 2km가 남아 있었다. 멈추지 않고 산행을 계속했다.
얼음골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분들이 수십명 정도 보인다.
드디어 정상이다. 30분이 소요되었다. 2시간만에 배내재에서 천황산 정상까지 걸었다.
대견하다.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온 적은 처음이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감싼다.
360도 파노라마로 주변을 돌아본다.
멀리 낙동강도 보이고 영남 알프스 9봉을 헤아려본다.
수많은 산봉오리로 이어지는 모습은 파도처럼 언제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한 폭의 동양화가 눈 앞에 펼쳐진다.
허기가 밀여온다. 준비한 김밥 한 줄과 참외와 수박을 먹고
믹스 커피 한 봉지를 꺼내 컵에 붓고 보온통에서 따뜻한 물을 붓는다.
컵라면도 먹을까 하다가 자제한다. 요즘 몸무게가 늘어 비만으로 가는 것 같아 참았다.
편평한 곳에 눕는다, 청명한 하늘은 아니지만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에
답답한 마음도 막힌 것이 뚫리듯 조금은 평온을 회복한다.
인증 샷 찍는 무리들의 소리들이 정막을 깨뜨리지만 홀로 지긋히 눈을 감고 누워 있었다.
다시 배낭을 챙겨 하산하기 시작했다.
도심에서 보지 못하던 벌들을 몇 마리 보았다. 아직 살아 있었구나 ...
노랑 나비, 흰 나비도 보인다. 이름 모르는 봄 꽃들이 길가에 피워 있다.
싱싱한 나무 잎사귀들로 인해 눈도, 몸도, 마음도 더불어 싱싱해지고 생명력이 충만해지는 것 같다.
초록 세상으로의 여행, 아니 난 이 거대한 초록 세상에 점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5,6월 신록의 계절에 산은 생명력으로 충만해 있었다.
생수를 마시듯 초록빛을 원없이 들이키고 또 들이켰다.
이곳에 살고지고 ... 마음은 그랬다.
아무도 방해하는 것이 없다. 아쉬움을 남긴 채 하산했다. 약 15분 정도를 단축했다.
갈증에 물을 들이키고 운전을 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의 산행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몸은 좀 피곤하지만 마음은 평안하다.
내려오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다 내려놓으리라 ...이제 올 해까지만 사역하리라.
자유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