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모음

너무나 조용하다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1. 6. 15:17

'세상이 너무 조용하다.'

L 선배가 보내온 신년 카톡의 첫 문장이다.

그랬다.

나도 연말 연초를 너무 조용하게 보내고 있다.

계엄과 탄핵으로 시국이 그렇고

담임 목사의 건강과 안식월 사용으로 교회도 그러하며

항공기 사고로 인한 딸 가정도 조심스럽고 자중하고 보낸다.

더불어 나도 어느 때와는 다르게 조용하게 보내고 있다.

SNS 문자로 안부를 묻고 신년 인사도 보내지 않았다.

 

나라의 위기 앞에서 조용히 하나님게 기도할 뿐이다.

 

나의 성격은 적극적이고 과격하고 행동형인데

막상 시국의 문제를 포함해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너무나 소시민적인 행동을 보였다.

12.12 사건 때는 고3이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5.18 민주화 운동때도 후교령으로 조용히 지냈다.

지금도 보수와 진보를 떠나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

소시민적 행동, 소극적인 용기없는 모습에 

한 때는 그런 나의 모습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리.

침묵은 동조고 묵인이라고 비판한들 어쩔 수 없다.

내 안에는 거리로 나를 내몰 만큼의 동기부여와 목표와 욕망이 없다. 

언제부터인가 참고 인내하고 침묵하는 것이 삶의 모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한들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행동해야 세상이 바뀐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적인 동의가 쉽게 되지 않는다.

아무리 자기들이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자화자찬 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진보가 권력을 잡아도, 보수가 정권을 되찾아도 세상은 별반 다르지 않는다.

침묵과 행동에도 그 변화는 미미한 것처럼 보인다.

비관적이고 자조적인 말이 떠오른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도토리 키 재기이다. 

자기들이 정권을 잡으면 그쪽 사람들은 개벽천지가 되고 새 세상이 된다고 믿는 줄 모르겠지만 

난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는다.

비관적이고 나아가 절망까지 든다.

아무리 앞장 서서 이태원 사고나 세월호 침몰 사고 때 노란 리본을 달고 

거리에 나가 햇불을 흔들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외치는 자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실망감이 밀려온다.

제발 자기들부터 말이나 행동이 법을  지키며  정직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노란 리본 스키커를 차에 붙이고 다니면서 교통 법규 위반은 무엇인가?

정당들은 현수막 하나도 규칙을 따라 걸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시민이나 맞는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삶이 뒤따르지 않고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말들의 잔치일 뿐이다.

따라서 호소력이나 영향력이 없다. 말만 무성하다.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한다.

과거 바리새인들도 그러하였다. 

그래서 예수님도 그들은 말은 들어도 행동은 본받지 말고 따라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진정한 변화는 아래로부터의 변화이다.

물론 위로부터의 개혁도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진정 세상이 밝고 살만한 세상이 되려면 국민 각자가 정직하고 법을 지키야 한다. 

남을 배려하며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인내와 존중이 필요하다. 

지나친 물질주의와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 쾌락주의는 세상을 망치고 있다.

가족도 가정도 파괴되고 공동체도 무너지고 있다.

이 땅에 믿고 따를 만한 존경하는 스승이 보이지 않는다.

위대한 지도자가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바른 소리 하시는 분들의 음성은 들리지 않고

잔머리 굴리고 아마추어 잔챙이들만 야단법석이다.

선지자는 고난 중에 희망을 노래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대 이 나라에 그런 선지자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아 너무나 안타깝다. 

 

나부터 진정 정직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난 행동하는 것이 두렵고 조심스럽다.

아직도 난 부족한 것이 많고, 말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도 많다.

내가 누구를 향하여 어떻게 행동하라고 지적하고 말할 자격이 없다.

자신을 향한 더 수양의 기도 소리만 높아질 뿐이다. 

더 공부하고 더 성숙해지기 위해 날마다 몸부림쳐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 이해와 배려가 몸에 베어야 한다. 남을 섬기고 존중해야 한다.

다름과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차이가 있다고 해서 불법이요 악이 아니며 더구나 적도 아니다.

목소리를 높이기 보다 경청해야 한다. 빈 깡통이 요란한 법이다.

이타적인 사랑으로 충만해져야 한다. 이보다 더한 것이 없다. 

강한 것보다 부드럽고 온유한 모습이 더 위대하다. 힘이 있다. 

언행일치가 몸에 베어야 한다. 믿음과 행함은 동전의 양면이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하였다. 

 

정치, 경제, 외교, 국방, 사회 모든 영역이 병들고 어렵고 위험천만해 보인다.

오늘도 태양이 뜨고 지며 여느 날 같아 보이지만 마치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 든다.

무슨 큰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주여 이 나라와 민족을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주소서.

보호하여 주시고 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가 실현되고 

하나님의 사랑이 충만한 세상이 되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 모아 간구한다.

하나님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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