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영성일기

일상의 행복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5. 1. 7. 10:52

외손주들이 1주일간 있다가 올라갔다.

삶의 모든 중심이 아이들 중심이 되었다. 

아내는 아이들 돌보고 식사를 챙기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덕분에 한 사람, 딸은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 시대에 두 자녀의 육아와 워킹 맘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딸의 삶을 통해서 조금은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이해하게 되었고 공감하고 응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인우가 유치원 방학이라 아이 둘을 외가로 내려보내게 한 것이었다.

 

주말에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집안을 정리하면서 모든 것이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간다.

주일 날 아내가 내려왔고 우리의 일상은 다시 원위치가 되었다.

아이들이 뛰어 다니고 소리치고 널부려졌던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들과 옷들 

번잡스럽고 정신 없던 모습들이 사라지고

조용한 거실과 대화와 서제와 T.V 가 주연으로 재등장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변화를 두려워한다.

아니 힘들어한다. 

그냥 그대로의 모습에서 평화를 누린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나 기대치는 낮아지고 있다. 

해 아래 새것은 없나니 ...

오히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안정과 평화와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오늘 아침도 야채 수프와 소금 빵 하나, 반숙의 계란 하나와 과일로 해결했다.

조용히 식사 기도를 드리고 창밖을 보는 여유도 생겼다.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싶다. 

손자들의 방문이 직접 보면 반가워 좋고, 안 오면 안오는대로 좋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아이들의 재롱과 웃음과 생기가 즐겁게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행복에 지치고 피곤하고 힘든 것은 감수해야 한다. 

 

아내는 육아에 힘든 딸을 위해 가까이 살면 자주 가서 도와주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본인은 힘들지라도 딸을 향한 엄마의 마음이다. 

그리고 외손자, 외손녀가 할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울산에 있으면서도 엄마, 아빠를 찾지 않는다.

할머니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인가

인터넷 기사에 손자들에게 가장 영향력을 주는 사람은 외할머니라고 한다.

이 또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각박하고 힘들고 어렵지만

가정에서만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물질이, 사회적 지위와 세상에서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아빠, 엄마, 자녀,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손녀로서

사랑이 가득하고 행복이 넘치는 가정들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가정은 하나님이 만드신 가장 위대한 작품 중의 하나다.

가정에서의 행복이 모든 행복한 삶의 원천이라고 말해도 과함이 없다.

그래서 선인들은 가화만사성이라고 말했다.

 

일상의 행복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올 해도 의료사고 없이 환우들을 잘 진료하고 처방하며 수술하고 돌보기를 기도했다.

안전사고 없이 환우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회진을 하고 돌아오면서 PA가 하는 말에 공감을 한다.

"모두 다 건강하게 퇴원하시네요...."

감사할 일이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중증 환자를 진료하고 major operation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minor op. 를 할 때도 기도를 하고 수술을 시작한다.

현재의 삶에 욕심내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욕심이 사라진 자리에 행복은 찾아오는 법이다. 

 

오늘도 아침을 먹고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하게 하시니 감사하고

건강한 몸으로 의사로서 일할 수 있어 감사하며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어서 감사하다.

아침 회진을 하고 진료실에서 영성 일기를 쓰고 이렇게 글을 쓰는 

이것이 일상의 행복 아니겠는가

감사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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