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고 장례식장을 향하여 운전을 한다.
교회 김 장로의 부친 발인예배가 있고, 기도 순서를 맡았다.
영하의 날씨에 온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의대 시절 사체 실습할 때 포르말린액에 담겨 있던 시신들과
실습 테이블 위에 뉘여있던 시실들이 떠오른다.
지금 고인의 육체는 작은 관 속에 누워 있지만,
그러나 고인의 영혼은 하나님나라에 부활체로 계실 것이다.
같이 신앙생활하던 연로하신 분들이나 질병으로 고생하신던 분들을 떠나보낸다.
나이가 들수록 교인들의 장례를 치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죽음이 점점 나에게 다가옴을 느낀다.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죽음 아니던가
그러나 그 죽음의 권세를 깨뜨린 유일한 분은 예수 그리스도임을 믿는다.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아날뤼시스, 장소의 이동이다.
바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바로는 장막을 옮겨간다고 설명해 주었다.
현재형 하나님나라를 살다가 육신의 죽음 후에는 미래형 하나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다.
죽음은 순간적이다. 고통이 없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는 그 과정이 힘들다.
노환으로 자연사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바램이지만
많은 경우에 질병과 사고로, 어떤 이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이 세상과의 이별이 무척 힘든 사람들도 있다.
사랑하는 자들과의 헤어짐, 친숙하고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 너무나 힘들어하는 자들도 있다.
새로운 영혼의 세상에 대한 무지와 불확실성이 인간을 두렵게 한다.
나는 과연 죽음 앞에서 두려움이 없는가?
환자들의 죽음, 가족들과 친척들의 죽음, 교인들의 죽음 앞에서
슬프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어떤 죽음 앞에서는 특별한 감정이 없기도 했다.
수많은 죽음들을 만났지만 아직도 나의 죽음 앞에서는 어떻지 모르겠다.
발인예배 기도를 하면서 언제부턴가 발인이라는 단어보다 천국환송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기독교인들의 마음에 발인과 천국환송은 구별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믿음의 표현이다. 막연한 죽음 이후의 내세로의 출발이 아니라
분명한 하나님의 나라, 천국으로의 출발이기에 그렇다.
젊은 시절, 대학 초년생 때 장지로 향하던 운구 차량 안에서
신임 전도사와 나누던 죽음에 대한 대화가 지금도 생각이 난다.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인생, 자신의 죽음의 모습을 생각하며 사는 삶에 대한 대화였다.
왜 그 전도사는 고등학교를 갖 졸업한 청년이
이 깊은 주제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그러나 그 대화는 40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인간은 한 번 뿐인 유한한 직선의 인생이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자들이다.
죽음 앞에서, 이 땅에서 나그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질문 앞에
답은 자명하다.
천 상병 시인은 소풍같은 인생이었다고 노래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늘 잊고 산다.
때늦은 후회로 눈물 흘리며 가슴을 치고 후회한다.
그래서 성경은 잔치 집보다 장례를 치르는 집을 우선적으로 찾아 갈 것을 기록하고 있다.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의 필연성 앞에서 삶의 지혜를 깨달아라는 의미이다.
성령이여
연약한 인생은 환경과 형편에 따라 마음이 수시로 요동칩니다.
유한한 인생은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고 작아집니다.
죽음을 아무 두려움 없이 반갑게 기쁘게 맞이하는 자들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라 하셨습니다.
믿음을 주신 성령님, 하나님 나라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이 두려운 죽음의 문턱을 잘 넘어가게 도와주소서.
죽음 앞에서 담대하게 도와 주소서.
사랑하는 주님을 만나는 기쁨의 소망으로 요단강을 잘 건너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오늘 이 순간 살아 있음에 감사하자.
이 땅에서 살아갈 날이 얼마인지는 모른다.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로운가?
잊지 말자. 죽음은 필연적으로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
어제 유퀴즈 시간에 배우 박근형과 손숙이 출연하였다.
아름답게 늙어 간다는 것, 살아온 인생을 정리한다는 것,
그리고 웰 다잉을 위한 준비 ... 를 담담하게 들려 주었다.
마지막까지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죽음을 맞이하고푼 그들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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