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마태복음 27장 11절-27절
빌라도의 법정에 선 예수님은 딱 한 마디만 하시고 침묵하신다.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라는 빌라도의 질문에 "네 말이 옳다."라고 말씀하시고 침묵하신다.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예수님께 불리한 많은 고소를 하고 있지만
논쟁에서 한 번도 지신 적이 없으시던 분이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듣고 있던 빌라도도 답답하여 왜 한마디로 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대답하지 않으셨다.
빌라도는 이 난처한 상황을 빠져 나가기 위하여 정치적인 협상을 하지만
무리들은 무조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친다.
그들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신들을 로마의 식민지에서 해방시켜 줄
정치적, 혁명적인 메시아를 원하고 거기에 눈이 멀어서일까 진정한 메시아는 안중에 없다. 관심이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바라바의 원래 이름도 예수였다니...
마태는 그들이 원하는 예수와 원하지 않는 예수를 대비시키고자 하였을까?
이 고함소리에도 예수님은 침묵하고 계신다.
주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종교적인 죄명이 아니라 법적인 죄명에만 대답하시고 한 치의 요동도 없이 십자가의 길을 가고 계신다.
그를 따르던 제자들과 무리들은 온데간데 없고, 홀로 외로이 법정에 서 계신 것이다.
호산나 외치던 무리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돌변하여 소리치고 있다.
그들은 종교 지도자들의 사주를 받았지만,
자신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었을텐데...
인간적인 내 생각으로는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외롭고 서글프고 씁쓸하셨을까?
억울하고 배신감에 화가 치밀어 올랐을 터인데 ...
'내가 저런 인간들을 위해서 이 길을 가야하는 것이 맞나? ' 이런 마음은 갖지 않으셨을까?
십자가의 죽음에 대한 회의는 없으셨을가?
하나님의 사랑을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내 작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아마도 겟세마네 기도에서 모든 것은 결정이 났다.
그 이후로는 반석처럼 요동치 않고 묵묵히 십자가를 향하고 계신다.
주변의 상황에 일히일비하지 않으시고 본인이 감담해야 할 사명을 수행하고 계신다.
주님이 마신 진노의 잔의 크기와 양을 다 이해할 수 없다.
주님이 짊어지신 십자가의 무게를 헤아릴 수가 없다.
누가 이 잔을 마시며 이 십자가를 질 수 있겠는가!
인간으로는 불가능하다.
오직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다.
오늘 주님의 침묵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침묵 속에 전해져 오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내가 너를 사랑하노라 ....
내가 너를 위하여 이 십자가를 지노라..."
이 존귀하신 분을 내가 주님이라 부를 수 있어 영광이다.
내가 이분이 가신 길을 따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니 엄청난 행운이다.
주님의 침묵을 배운다.
침묵 속에 들려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인다. 집중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
2023년 고난 주간과 부활절은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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