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이야기
ᆢ그리스도인의 민낯
회진을 하고 내려와 진료를 준비하는데 PA가 이야기를 한다.
과장님 어제 외래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목사님이 요통 때문에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진료를 보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MRI, CT 검사를 설명하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는지 거부하고
일반 x-ray 만 촬영하고 진료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약물 처방을 받았는데 원무과에서 진료비 계산을 하면서,
의사가 x-ray 보고 진단도 못한다고 진료비를 못내겠다고 실랑이를 벌이고 환불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여 구청 담당 직원과 통화를 해보니,
유사한 민원을 자주 넣는 상습적 민원인이라고 했다고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 목사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의사가 신인가? x-ray 한 장 보고 다 진단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목회하는 교회 교인들은 한번 설교하면 다 성인이 되고 성숙해지는가?라고 말이다.
이야기를 듣는데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치밀어 온다.
이것이 한국 기독교 목회자상인가?
물론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지만 병원 간호사들이나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일 불만이 많고, 말이 많고, 따지는 사람들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어찌 병원 뿐이겠는가?
백화점이나 시장에서는? 직장에서는? 학교에서는? 각종 사회 모임에서는? ᆢ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 기독교인들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까 싶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조용히 정직하게 자신을 바라보자.
우리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얼마나 따지기 좋아하며, 손해보기 싫어하고,
이기적이며 개인주의적인지 모른다.
비기독교인들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
말은 청산유수 같이 잘도 하면서 삶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욕을 먹는다.
그리스도인들의 이중적인 삶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좀 손해를 보고 살자.
내가 더 잘 알아도 눈감아 주고 이해해주면 않되나?
좀 여유를 가지고 품어 주면 않될까?
물건 살 때도 지나치게 깍지 말자.
양보하며 살자.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며, 다름을 인정하자.
남의 말에 경청하자.
말 대신에 사랑과 겸손과 나눔과 섬김의 모습을 보여주자.
마음이 무겁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아서다.
열심히 예배하고, 헌금하고, 봉사하며, 성경도 읽는데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아침마다 말씀을 묵상하면 뭐하나? 하나도 바뀌지 않는데ᆢ
삶으로, 열매로, 변화된 모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말과 언어 습관이, 삶의 모습이 바뀌어야 하는데,
10년, 20년, 아니 평생을 신앙생활을 하면 뭐하나?
맨날 그 모습인데ᆢ
가슴이 답답하고 자괴감이 가슴을 억누른다.
성령의 도움 없이는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안타까움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우리 좀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