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었지만 가을 날씨가 아니다.
한여름 같은 기온 때문에 모두들 힘들어하고
9월 중순이 지났는데도 에어컨을 켜야 잘 수 있다.
살아오면서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렇다. 어른들은, 아니 내가 경험한 바로도
8월 15일이 지나면 무덥던 여름 날씨도 한풀 꺽이고 선선해지는 것이 일반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날씨가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더운 날씨에 배추 등 채소값이 몇배 오르고, 과일은 썩어간다고 아우성이다.
인간은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다.
이런 날씨에 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 계절은 다가오고 변화를 주고 있었다.
어제 밤에 태화강 정원을 걸었다.
비전트립으로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더만 몸무게가 늘고 숨이 찬다.
아직 떠나지 않은 매미 한마리가 애처롭게 삶의 마지막 아쉬움을 가득 담아 울고 있었다.
많은 다른 풀벌레 소리에 뭍혀버렸지만 말이다.
높이 솓은 주상복합건물 사이로 보름을 갓 지난 둥글 달이 밝게 떠 있었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 아름다운 장면을 촬영한다.
아침 출근길에 도로에 노란 은행나무 열매가 떨어져 있다.
고개를 올려보니 은행나무 잎도 노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구름은 높게 떠 가고 하늘은 더 높아 보인다.
누가 뭐래도 가을이다.
한가위 명절도 지났다.
입화산 올라가는 등산로에는 밤이 떨어져 뒹굴고
논에 벼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느 집 담벼락에 심겨진 대추 나무에는 알토란 같이 굵은 대추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는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
땅을 밟고 살아가게 창조되었는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흙을 밟을 기회가 점점 없어진다.
태화강 정원에서는 맨발로 걷기 행사를 한다고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또 한 살을 더 먹어가고 이제 60대 중반으로 접어들게 된다.
왠지 모르게 세월을 계수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 가을에 또 어떤 우수와 감성에 젖어들 것인지 ...
'2024년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의 마지막 날 (2) | 2024.09.30 |
---|---|
내집으로 이사하는 날 (4) | 2024.09.21 |
2024년 베트남 비전트립을 마치고 (0) | 2024.09.19 |
가을의 길목에서 (6) | 2024.09.03 |
지적 희열 (0) | 2024.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