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가 내린다. 운전하면서 외이퍼를 한 번씩 작동한다. 그러다 동천강변을 들어서자 눈이 쌓인 앞 산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아! 하는 작은 탄성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영상이 아닌 육안으로 보는 올 겨울 첫눈이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많이 내리던 지리산 자락에서 자랐다. 겨울이면 마루와 방문 앞까지 눈이 쌓이고 초가집 지붕은 하얀 도화지를 뒤집어 썼으며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일어나면 마당에 쌓인 눈을 쓸고 리어카에 실어서 강변에 버리곤 했었다. 온 천지가 하얐던 기억이 새롭다. 울산에 내려와서는 눈 구경을 하고 싶을 정도로 눈이 귀하다. 올 겨울은 눈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나 했는데 눈이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가지산 자락의 산이나 계곡에는 며칠 전에도 눈이 많이 쌓여지만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