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글쓰기 83

설산

보슬비가 내린다. 운전하면서 외이퍼를 한 번씩 작동한다. 그러다 동천강변을 들어서자 눈이 쌓인 앞 산이 눈에 들어온다. 순간 아! 하는 작은 탄성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직접 영상이 아닌 육안으로 보는 올 겨울 첫눈이다. 어린 시절에는 눈이 많이 내리던 지리산 자락에서 자랐다. 겨울이면 마루와 방문 앞까지 눈이 쌓이고 초가집 지붕은 하얀 도화지를 뒤집어 썼으며 처마 밑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일어나면 마당에 쌓인 눈을 쓸고 리어카에 실어서 강변에 버리곤 했었다. 온 천지가 하얐던 기억이 새롭다. 울산에 내려와서는 눈 구경을 하고 싶을 정도로 눈이 귀하다. 올 겨울은 눈을 보지 못하고 지나가나 했는데 눈이 볼 수 있어 행복하다. 가지산 자락의 산이나 계곡에는 며칠 전에도 눈이 많이 쌓여지만 직..

2023년 글쓰기 2023.02.15

고난이 유익이라

시편 119편에는 "네게 고난이 유익이라"는 말씀이 있다. 과연 고난을 좋아하는사람은 이 땅에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누가 고난의 힘든 과정을 좋아할 것인가? 어떻게 하든지 빨리 고난을 벗어나고 싶고, 광야를 통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일부러 고행의 길을 걸어가는 소수의 수도사들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고난이,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이 역설적인 내용을 시편 기자는 왜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간단하게 이해하기로는 고난 중에 얻는 깨달음이 있고 교훈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신앙을 가지지 않았다고 해도 조금만 생각하면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렇지만 신앙인에게 이 말씀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광야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광야를 잘 통과할 ..

2023년 글쓰기 2023.02.13

비오는 날에

윗 지방은 눈이 왔지만 남쪽은 비가 내린다. 울산도 가지산 쪽, 상북 동네는 눈이 내렸다. 가물어서 비가 더 왔으면 했는데 조금 내리다가 만다. 입춘도 지났으니 봄을 재촉하는 비다. 모처럼 점심을 먹고 카피를 마시며 유튜브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오후에 수술이 있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쉬고 있다. 지금까지 수술이 있는 날은 야외 할동을 자제했다. 나의 불문율, 그것이 환자에 대한 예의이고 자신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해왔다. 환자는 아침 진료 때도 "수술 잘 해 주세요"라고 부탁을 했다. 최선을 다해야지 ... 이렇게 살아온지도 어언 30년 세월이 흘렀다. 얼마나 더 수술을 하고 흉부외과 의사로 업무를 수행할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대학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는 이름이 알려진 유명 의사..

2023년 글쓰기 2023.02.10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인생

어제는 옆방에서 근무하던 외과 과장(향년 45세)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고인과 인연은 수년 전에 내가 출석하는 교회에 두 부부가 등록하면서다. 부인이 제니스병원에 외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병원장인 정** 안수집사의 인도로 출석을 하기 시작했고 고인은 타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후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하였으나 임신 4개월 경 유산 위험성이 있어서 출산 때가지 절대 안정을 위해 입원하였고, 다행히 조산이지만 건강한 딸 상둥이를 분만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교회가 중보기도로 함게하였고, 본인들도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었다. 코로나 이후로 교회에 출석을 하지 않았고, 부인은 개원을 하고, 남편은 이직을 하여 연락이 없다가 지난 해 12월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외과 공석이 되면서 같이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2023년 글쓰기 2023.02.08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인생

어제는 교회에 등록한지 2주 만에 갑작스럽게 소천하신 한 남자 성도의 문상을 다녀왔다. 울산에서 장례식장인 기장으로 차를 운전하면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지금까지 참 많이도 장례식장을 찾았고 조문을 다녔다. 한번도 대화를 나눠보지는 못했고, 등록하던 날 서서 소개할 때 얼굴만 잠시 보았고 소속 구역장으로 부터 간단한 소개를 들었을 뿐이다. 개인의 경제적인 형편과 건강과 삶의 모습 때문이었을까? 말투는 좀 거칠고 공격적이고 투박했었다고 한다. 타 교회를 다니시다가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나 교회를 떠나 있었다. 그러나 수년 간 교회를 떠나 있다가 장애인 친국의 소개를 받고 자발적으로 교회를 다시 찾아 오셨다. 작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일에 교회에 등록하셨는데 등록하던 전날에는 밤에 마음이 설레고 긴..

2023년 글쓰기 2023.01.31

아낌없이 드리는 삶

어제 수요기도회 설교는 베다니에서 마리아가 향유를 예수님의 머리에 붓는 사건에 관한 말씀이었다. 300데나리온(현재 환폐가치로 2천만원 상당)에 해당하는 값비싼 향유를 옥합을 깨뜨리고 예수님의 머리에 아낌없이 부어 드린다. 마리아는 자기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값비싼 것이었을 것이다. 가장 소유한 것을 아낌없이 드릴 수 있는 것은, 그런 마음이 가능한 것은 그보다 더 귀하고 가치있고, 값으로 판달할 수 없는 은혜와 감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둥병자 오빠 나사로가 죽었다가 살아났다. 생명의 주인이 지금 자기 앞에 와 계신다. 사람의 생명보다 가치있는 것이 있을까? 잃어버렸던 생명을 다시 찾았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한 일인가? 어디 그뿐인가? 내 죄가 사함받고 하나님의 자녀로 인정받고, 천국과 영생을..

2023년 글쓰기 2023.01.26

영웅

모처럼 설 연휴를 맞아 토요일에 영화관을 찾았다. , 안중근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윤제균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정성화 배우(안중근 역), 김고은 배우(스파이 설희) 연기와 가창력 나문희(조마리아 역), 조재윤(실존 인물 우덕순 역), 배정남(실존 인물 조도선 역) 이현우(유동하 역), 박진주(가상인물 마진주) 등이 등장 인물이다. 연해주 눈 덮힌 광활한 설원을 걸어가면서 영화는 이어지고 독립 운동을 하던 젊은 남자들이 약지를 절단하면서 (단지 동맹) 혈서로 태극기에 대한독립을 쓰고 독립운동에 대한 결의를 다진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목숨 바치겠다는 장부의 꿈을 세운다. 그들의 노래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어린 자녀들과 이별 장면으로 ..

2023년 글쓰기 2023.01.22

영웅

모처럼 설 연휴를 맞아 토요일에 영화관을 찾았다. , 안중근을 소재로 한 뮤지컬을 윤제균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이다. 정성화 배우(안중근 역), 김고은 배우(스파이 설희) 연기와 가창력 나문희(조마리아 역), 조재윤(실존 인물 우덕순 역), 배정남(실존 인물 조도선 역) 이현우(유동하 역), 박진주(가상인물 마진주) 등이 등장 인물이다. 연해주 눈 덮힌 광활한 설원을 걸어가면서 영화는 이어지고 독립 운동을 하던 젊은 남자들이 약지를 절단하면서 (단지 동맹) 혈서로 태극기에 대한독립을 쓰고 독립운동에 대한 결의를 다진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 목숨 바치겠다는 장부의 꿈을 세운다. 그들의 노래가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온다.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어린 자녀들과 이별 장면으로 ..

2023년 글쓰기 2023.01.22

봉사의 정신

오늘은 병원을 나서면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하고 도로를 건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구정이 시작되기 전에 운동하는 강변 코스를 개끗하게 청소하고 싶어서였다. 눈에 들어온 쓰레기를 다 치우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쓰레기를 줍다 보면 시간이 부족하여 늘 점심 시간을 지나쳐 병원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래서 시간에 쫓겨 부지런히 쉬지 않고 쓰레기를 줍지만 마음이 바쁘다. 그래도 가득 담긴 쓰레기 봉투를 버리고 수집 마대자루에 넣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힘차다. 쓰레기 없는 깨끗한 강변을 걸어서 돌아오는 발걸음 뿐만 아니라 마음도 즐겁다. 나로 작은 수고로 인하여 누군가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면 나 또한 행복하다는 마음, 이것이 봉사의 정신이 아닐까 싶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리라. 나의 작은 섬김을..

2023년 글쓰기 2023.01.20

감람유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성소에 등잔불을 항상 켜 놓기 위해서는 기름이 필요하다. 이 기름은 감람유를 쓰게 되어 있는데 이 기름을 짜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감람나무 열매를 찧어서 걸어두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데 이 기름이 가장 좋은 기름으로 인정을 받아 이렇게 짠 기름으로 등잔불을 밝혔다고 한다. 두번째는 갈아서 기름을 짜고, 세번째는 빻아서 기름을 짰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다고 문득 수십년 전 전공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심장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환우들은 수술 후 모두 foley (소변 줄)를 하고 있다. 술전 심부전이 있었던 분들 중에는 술후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뇨제를 사용했는데도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심장에 부담이 되고 이차적으로 폐부종이 오며 늑막여출액과 전..

2023년 글쓰기 2023.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