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간을 내어 형님을 만나러 광주를 향했다.
신록이 우거진 푸르름이 물결치는 산들을 지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에 보라색 꽃나무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이제는 5월 전후하여 산에 보라색 나무가 보이면 오동나무임을 금새 알아차릴 것 같다.
보라색 꽃이 참 아름답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홀로 보라빛을 발산하고 있는 모습이 고상한 멋쟁이 모습같다.
며칠 전 정목사님 카톡에서 그 꽃의 정체가 오동나무 꽃이란 것을 알았다.
60 평생에 오동나무 꽃이 잇는지, 무슨 색인지 알지 못했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사람의 무관심은 이렇게 수없이 보았는지 인지하지 못한다.
오동나무 꽃이 무슨 색인지 모른다고 그게 뭐 문제가 되냐고 말할지 모르겠으나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기가 되었다.
보라색을 처음 좋아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그 시절 미술 선생님 성함이 이 영 선생님이셨다.
가을인지 봄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학교 관사 앞에서 수채화를 그리던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나의 그림을 도와 주시다가 저녁 노을을 보라빛 물감으로 칠해 주셨다.
우리나라에서 저녘 노을은 주황빛 붉게 물드는 모습에 익숙하다.
당시에는 조금 의아해 했었다. 내가 아는 저녘 하늘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40대 북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보았다. 노을진 하늘의 색이 보라빛으로 물들어 있음을 ....
오로라를 떠올리면 녹색의 커튼을 연상하지만, 보라색 오로라도 있다는 것을 ..
보라색은 늘 나를 중학교 미술 시간으로 돌아가게 한다.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에 아내는 보라색 스커트를 입은 적이 있었다.
아파트 계단 양 옆에는 라일락 나무 한 그루씩이 심겨져 있다.,
4월이면 라일락에 꽃이 핀다. 보라색 꽃이다.
라일락 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간다.
퇴근 후 이 향기에 계단을 오르다가 잠시 멈춰서서 코를 들이댄다.
보름달 떠 있는 저녁 향기를 뿜어내는 라일락 보라빛 꽃은 나를 한없이 행복하게 한다.
신혜가 봄에 아파트 앞 텃밭에 라일락 나무를 한 그루 심었는데
심은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보라색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렇게 라일락 나무와 보라색 꽃을 통해 아버지와 딸은 추억을 공유하게 되었다.
오동나무 보라색 꽃이 나의 과거의 추억을 이어준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보라색이 주는 정서는 어떤 것일까?
고상하고 약간은 신비스럽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고 해야할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오동나무 :
삼과의 낙엽 활엽 교목. 높이는 15미터 정도이며, 잎은 마주나고 넓은 심장 모양이다.
5~6월에 보라색 꽃이 원추(圓錐) 화서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달걀 모양의 삭과(蒴果)로 10월에 익는다.
재목은 가볍고 고우며 휘거나 트지 않아 거문고, 장롱, 나막신을 만들고 정원수로 재배한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남부 지방의 인가 근처에 분포한다.
'2025년 영성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남 (1) | 2025.05.07 |
---|---|
말씀이 빛이요 등불이다. (0) | 2025.05.07 |
말씀대로 사는 것 (4) | 2025.05.02 |
죽음처럼 강한 사랑 (0) | 2025.04.30 |
사랑의 노래 (0) | 2025.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