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두째 주 토요일 근무가 없는 휴일이다.
요즘 감기 몸살로 어제 저녁에는 8시가 넘자마자 잠이 들었다.
새벽 기도를 가려다가 포기했다. 몸이 무겁다.
8시가 넘자 아내가 태화강 국가정원 산책을 권한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마스크를 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어제 비가 온 후라 대기가 너무 깨끗하고 청명하며 하늘은 푸르다.
또한 비교적 강한 바람까지 불고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흘러간다.
공원에 도착하자 만개한 빨간 양귀비, 하얀 안개꽃, 푸른 수레국화가 반겨준다.
사진 동호회 사람들인가? 십 여명이 커다란 카메라로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하얀 모자를 쓰고 노란 색 상의와 치마를 입은 아내가 모델로 등장했다.
주변 꽃밭과 어울려 멋진 사진들이 찍힌다.
신록이 우거진 남산과 태화강, 그 앞 줄에 길게 늘어선 십리 대밭
자연 정원으로 들어서자 수십 종의 형형색색의 꽃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어디 그뿐인가 작약 정원은 붉은 꽃, 흰 꽃, 분홍 꽃 봉우리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중앙 광장에는 멋진 꽃 가로등을 설치하고 있다.
스타벅스에 앉아 커피와 샌드위치와 빵을 먹으며 태화강 국가정원을 내려다 본다.
모처럼 아내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즐긴다.
많은 사람들이 꽃 구경을 나왔다.
철따라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의 정원이 집 앞에 있어서
농담 삼아 우리집 정원이라고 자랑한다.
멀리 이사를 가지 못하게 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집 앞에 이렇게 큰 정원이 있고,
내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철따라 각종 꽃들이 피어나고 정원을 가꿔주고 있는데
구지 전원 주택을 사서 정원을 가꾸는데 돈과 시간과 수고를 쏟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난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는데 ...
저녁으로는 식사 후에 아내와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한다.
태화강 국가 정원을 한 바퀴 돌려면 한 시간 가지고는 부족하다.
해마다 업그레이드 되고 더 풍성해지는 정원이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정원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감사하다.
산과 바다와 강이 있고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이곳에 애착이 간다.
외국의 멋진 관광지 부럽지 않다.
오후에는 양복을 맞췄다.
대학 입학 때 처음으로 양복점에 가서 곤색의 양복을 형수가 맞춰 주었다.
결혼 예복도 그냥 기성복으로 사 입웠는데 ...
몇 년전에 코트를 한 번 맞춘 적이 있어다. 몸에 딱 맞아서 만족스러웠다.
어깨는 조금 넓고 수평이고 팔은 짧고 목은 두꺼운 편이라
기성복을 사면 여러가지로 손을 봐야 한다.
유행이 지난 양복이 몇 벌 있지만 입을려면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비용이 들긴 했지만 춘추복 양복이 필요했던 터라 용기를 내었다.
먼저 양복을 사러 가자고 권하는 아내에게 감사하다.
나의 필요한 것들을 미리 알아서 챙겨주는 아내이다.
지금까지 내 혼자서 옷을 사 본적이 없다.
일종의 결정 장애도 있고, 혼자서 쇼핑을 해본 적도 거의 없으며
솔직히 어떤 옷이 나에게 어울리고 좋은지도 잘 모른다.
또한 딱히 옷을 사고 싶고, 좋은 옷을 입고 싶다는 욕망도 없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가지 크게 불평하는 편이 아니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신혜 부부가 오면 함께 마실 커피 잔 세트를 구입했다.
돌아오는 길에 오리탕을 먹고 문수공원에서 40분 넘게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모처럼 휴일에 여러가지 일들을 했다.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그러나 요즘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이다.
비우고 내려놓고 조용히 살고 싶은 바램이다.
아내와 다짐한다.
그렇다 기도만 할 뿐이다. 그리고 말씀만 읽고 묵상하고 연구할 것이다.
저 신록들이 뿜어내는 생명력을 공급받는 알찬 그리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