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영성일기

드디어 로마를 향하여

톨레 네움 에트 톨레 데움 2024. 6. 27. 10:05

본문 : 시도행전 27장 1-20절

 

배를 타고 이달리아(로마)에 가기로 결정되었다.

아구스도대 백부장 율리오가 인솔자로 선정되어 다른 죄수 몇 사람과 함께 바울을 후송하게 되었다.

아시아 해변 각처로 가는 아드라뭇데노 배를 타고 출항하였다.

데살로니가 사람 아리스다고가 바울과 동행하였다. 

 

가이사랴에서 출항 - 시돈 - 맞바람을 피하여 구브로 해안을 의지하고 항해

- 길리기아와 밤빌리아 바다를 건너 루기아의 무라 시에 도착하였다. 

- 이달리아로 가는 알렉산드리아 배에 승선 - 여러 날만에 간신히 니도 맞은 편에 이르러 풍세가 더 허락하지 않아

  살모네 앞을 지나 그레데 해안을 바람막이로 항해하여 간신히 미항이라는 곳에 도착(근처에 라새아 시가 있음)

- 여러 날이 지나 금식하는 절기가 지났음으로 바울이 항해가 위험하다고 경고하였으나

  선주와 선장의 말만 믿고 항해를 시작함.

- 겨울을 지내기에 편한 미항 보다는 큰 항구인 뵈닉스로 가다가 유라굴라 광풍을 만나 바람 부는대로 밀려간다.

- 가우다라는 작은 섬 아래로 간신히 지나 거루를 잡아 끌어 올리고 줄로 선체를 둘러 감고

   스르디스(모래톱)에 걸릴까 염려하여 연장을 내리고 그냥 쫓겨가다가

   사공들이 심히 애쓰나 견디지 못하고 짐을 바다에 버린다.

- 사흘째 되는 날에는 배의 기구마저 버린다.

-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아니하고 큰 풍랑이 그대로 있으며 구원의 여망마저 없어졌더라. 

 

참으로 로마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죄수의 몸으로 3,200km를 배로 타고 이동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풍랑을 만나 2주 동안 사경을 헤메는 험난한 뱃길이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우연히 일어난 일이 큰 의미를 가지고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백부장 율리오도 그런 경우다. 죄수를 감시하던 그는 늘 바울 곁에 있었을 것이다.

바울과 여러날 가까이 지내다보니 바울을 존경하게 되었고, 시돈에서는 친구들을 만나도록 자유도 허락한다.

나중에는 생명을 구하기까지 하였다.

골고다 언덕 길을 오르던 구레네 출신 시몬과  십자가 형장 아래 있던 백부장도 생각이 난다.

가까운 이웃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고 대하는가 생각해 본다.

선한 영향력이란 것이 이런 것 아닐까?

 

로마로 가는 모든 과정에서 바울은 수동적이다.

오랫동안 로마로 가지 못하고 옥에 갇혀 재판을 거듭했던 것이나,

항해 시기와 배편의 결정에서도 주도적일 수 없었다.

다른 이들의 결정에 따라 죄수의 신분으로 그저 끌려가는 상황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말씀하신 바

(로마에서도 증언하여야 하리라, 23:11)가 이루어져간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알 수 없을 때도, 하나님은 쉬지 않고 일하시며 그 뜻을 이루고 계신다.

 

인생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을 뒤돌아보면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살아 왔음을 깨닫게 된다.

유한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취할 삶의 태도이고 지혜가 여기에 있다.

창조주 하나님이 계시고, 우주를 하나님의 작정과 예정하심을 따라 섭리와 경륜으로 다스리시는 것과

살아계셔서 역사 속에 개입하시며 역사하심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스스로 무기력하게 느껴질수록 하나님을 더 신뢰해야 한다.

 

지중해를 항해하는 사람들은 보통 금식하는 절기인 대속죄일이 끝나는

9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를 '항해 위험시기',  11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항해 금지시기'로 분류하였다.

미항을 떠나기 전 바울은 복음을 전하면서 지중해를 왕래하던 경험과

미항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았던 여정을 고려해 행선을 만류하였다. 

그러나 백부장은 바울의 말보다 선주와 선장의 말을 더 신뢰한다.

선장과 선주가 겨울이 오기 전에 로마에 곡물을 실어 가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생각만 하고 있음을 모른다.

그저 전문가와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 다수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고 전문가도 틀릴 수 있다,

남의 의견을 수용할 때도 세심한 검토와 예리한 분별이 필요하다. 

 

요즘 같이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도 많고, 또한 전문가의 말이라면 무조건 신뢰하고 믿는 때도 없었다.

전문가도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울은 자신의 경험 외에도 하나님의 인도로 이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모든 것을 아시는 전능자 하나님 앞에서 늘 기도해야 하는 이유이며,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하며 교만해져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많은 사람이 겨울을 지내야 한다면 미항보다는 64lm 떨어진 뵈닉스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룻길이고 그 사이 큰일은 없을 것라고 생각하고 뵈닉스로 향한다.

순항하는가 싶었는데, 그레데 섬으로부터 불어온 유라굴라 광풍으로 인해 배는 지중해 한가운데로 몰려갔고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 그저 떠내려가는 대로 놔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짐을 바다에 버리고, 안전 도구까지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다.

해와 별도 보이지 않는 풍랑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절망한다.

인간의 계획과 능력이 위대해 보이지만, 우리는 주님의 은혜 없이는 한 순간도 견딜 수 없는 존재이다.

만물을 다스리시고 만물에 생명을 주시는 주께 내 삶의 통제권을 돌려드려야 한다. 

 

하나님을 믿으면서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하고 삶의 통제권을 내어드렸다.

그러나 대다수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통치와 지배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요즘처럼 성령 충만이라는 말을 잘 이해한 적이 없다.

찬양하고 기도할 때, 수없이 성령충만을 외치고 간구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충만은 외부로 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을 다 내려놓는 것이다. 

성령이 충만히 내주하시고 온전히 역사하실 수 있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성령께 주권을  온전히 내어 드리며

그분의 통치, 질서, 지배 하에 들어가는 것이기에  그렇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미약하고 우둔하고 유한한 존재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조금 안다고 우쭐되는 어린아이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하나님 앞에서 나의 어떠함을 정확히 알고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이다.   

이런 유한함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다.

이 말밖에 설명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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